
붉은귀 거북, 너는 누구니?

이름의 비밀 - 눈 뒤의 붉은 줄무늬
붉은귀 거북이라는 이름은 정말 직관적이에요. 눈 뒤 양쪽에 마치 귀처럼 보이는 선명한 붉은색 줄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학명은 Trachemys scripta elegans 로, ' 우아하게 색칠된 거북 '이라는 아주 멋진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 붉은 줄무늬는 어릴 때 특히 선명하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옅어지기도 해요. 저희 꼬북이도 어릴 땐 정말 쨍한 다홍색이었는데, 지금은 은은한 와인색이 되었어요. 세월의 흔적이랄까요? ^^
작고 귀여운 오해
가장 큰 오해는 바로 '크기'입니다. 처음 데려올 때는 정말 작고 귀여워서 작은 플라스틱 통에서도 잘 살 것 같지만, 절대 아니랍니다! 붉은귀 거북은 성체가 되면 등갑 길이가 평균 20~30cm까지 자라는 중대형종 거북입니다. 암컷은 수컷보다 더 크게 자라기도 해요. 수명 또한 평균 20~30년, 사육 환경이 좋으면 40년 이상 사는 장수동물이에요. 10년, 20년 뒤에도 내가 이 아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입양 전 필수 중의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꼬리표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 아프고 중요한 부분이에요. 붉은귀 거북은 뛰어난 적응력과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를 위협하는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되었어요. 한때는 정말 흔한 애완동물이었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자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방생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2020년부터는 수입 및 유통이 금지되었죠. 하지만 이미 키우고 있는 붉은귀 거북을 버리는 것은 절대 안 돼요! 그건 생명을 유기하는 행위이자,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랍니다. 한 번 가족으로 맞이했다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함께 해주는 것이 바로 반려인의 책임입니다.
꼬북이의 아늑한 스위트룸 꾸미기

어항 크기 - 넓을수록 좋아요!
성체 기준 최소 3자 광폭(90x45x45cm) 이상의 어항이 필요해요. 저희 집은 4자 광폭(120x45x45cm) 어항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되어야 꼬북이가 여유롭게 수영하고 방향을 틀 수 있답니다. 물의 양으로 따지면 최소 150~200리터 이상을 추천합니다. 어항이 클수록 물이 쉽게 더러워지지 않아 관리도 편하고, 거북이의 활동량도 보장해 줄 수 있으니 ' 거거익선 '이라는 말을 꼭 기억해 주세요!
필수 아이템 3총사 - 여과기, 히터, 육지
거북이는 물속에서도 살고, 뭍에도 나와서 쉬는 반수생 동물이에요. 그래서 이 세 가지는 정말 필수적입니다.
- 여과기 : 거북이는 먹고 싸는 양이 어마어마해서 강력한 여과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예요. 측면 여과기나 스펀지 여과기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최소한 외부 여과기나 상면 여과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여과력이 부족하면 물이 금방 깨지고 악취가 나며, 거북이가 피부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 히터 : 변온동물이라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 해요. 그래서 수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히터가 꼭 필요합니다. 적정 수온은 24~26℃ 사이로 맞춰주는 것이 좋아요. 수온이 너무 낮으면 소화 불량이나 감기에 걸릴 수 있어요.
- 육지 : 물 밖으로 나와 몸을 말리고 일광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해요. 유목이나 거북이 전용 육지를 설치해주면 되는데, 거북이가 쉽게 올라갈 수 있고 몸 전체가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충분한 크기여야 합니다.
햇살을 대신할 조명 - UVB와 스팟 램프
실내 사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자연광의 햇살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 UVB 램프 : 거북이가 칼슘을 흡수하고 비타민 D3를 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자외선을 방출해요. 이게 부족하면 등갑이 무르거나 변형되는 대사성 골질환(MBD) 이라는 무서운 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사막형 파충류에게 주로 쓰는 10.0 제품보다는, 열대/온대 지역에 사는 붉은귀 거북에게는 5.0 제품이 더 적합하다고 해요. 하루에 6~8시간 정도 켜주는 게 좋습니다.
- 스팟 램프 : 육지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하는 백열등이에요. 거북이는 물에서 나와 스팟 램프 아래에서 체온을 높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합니다. 육지의 온도는 30~35℃ 정도로 맞춰주면 딱 좋아요!
꼬북이의 5성급 레스토랑 메뉴

주식은 뭐니 뭐니 해도 사료
시중에 판매되는 고품질의 반수생 거북 전용 사료를 주식으로 급여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영양 균형이 잘 잡혀있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유체용(헤츨링) 사료를, 성체가 되어서는 단백질 함량을 조금 낮춘 성체용 사료를 급여하는 것이 비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급여량은 하루에 한 번, 5분 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적당해요.
특별 간식 - 채소와 감마루스
어릴 때는 육식 성향이 강하지만, 크면서 초식 성향이 강해지는 잡식성이에요. 그래서 신선한 채소를 간식으로 챙겨주면 정말 좋아한답니다! 청경채, 치커리, 애호박 같은 것들을 주면 아삭아삭 정말 잘 먹어요. 반대로 상추나 시금치처럼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이 있는 채소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국민 간식 '감마루스(말린 옆새우)'는 가끔씩만 특식으로 주세요! 인 함량이 높아 너무 많이 주면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거든요.
칼슘 보충은 선택이 아닌 필수
튼튼한 등갑을 위해서는 칼슘 보충이 정말 중요해요. 사료에도 칼슘이 있지만, 추가로 보충해주면 더 좋습니다. 갑오징어 뼈(커틀본)를 어항에 하나 넣어주면 꼬북이가 알아서 갉아 먹으며 칼슘을 보충하기도 하고, 가끔 사료에 칼슘제를 살짝 묻혀서 급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너와 나의 연결고리 - 교감과 건강 체크

거북이도 주인을 알아볼까요?
그럼요! 당연히 알아봅니다. 제가 어항 근처로 다가가면 물속에서 첨벙거리면서 저를 졸졸 따라다녀요. 밥 주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아는 거죠. ㅎㅎ 가끔은 물끄러미 저를 쳐다보고 있을 때가 있는데, 마치 "집사, 오늘 하루는 어땠어?" 하고 말을 거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답니다. 이런 소소한 교감이 저에게는 큰 행복이에요.
매일매일 건강검진 타임
매일 밥을 줄 때마다 꼬북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눈은 맑고 초롱초롱한지, 콧물은 흘리지 않는지, 등갑에 상처나 하얀 반점(수생균 감염)은 없는지, 식욕은 왕성한지 등을 체크합니다. 거북이는 아파도 잘 티를 내지 않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점이 없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핸들링은 조심스럽게
거북이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만져주는 것을 즐기는 동물은 아니에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핸들링은 자제하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어항 청소나 건강 상태를 확인할 때처럼 꼭 필요한 경우에는, 등갑을 양옆에서 단단하고 안정감 있게 잡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절대 꼬리를 잡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붉은귀 거북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동물을 기르는 것을 넘어,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책임지는 일과 같아요. 손도 많이 가고, 초기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만, 그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 큰 기쁨과 보람을 준답니다.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곤 해요. 혹시 붉은귀 거북 입양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오늘의 제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벼운 마음이 아닌,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무거운 약속과 함께 시작하시길 바라요.